1014년 겨울 11월의 첫날, 고려 개경 한복판에서 수도방위를 담당하는 중앙군인 6위(衛)의 군사들이 단체로 쿠데타를 일으켰다. 이들은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며 소란스럽게 궁궐로 난입하였다. 그리고는 자신들이 노리던 두 명을 붙잡아서는 딱 죽지 않을 만큼 마구 폭행을 가했다. 그 다음 합문(閤門) 안으로 들어가 국왕의 면전에서 이렇게 자신들의 쿠데타 배경을 설명하였다. “저들이 우리의 토지를 빼앗은 것은 자신들 이익을 위해서였지 결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. 만약 신발에 발을 맞춘다고 억지로 발가락을 자른다면 그 몸은 어떻게 되겠습니까? 우리 군사들은 울분과 원한을 참지 못하겠으니, 부디 나라의 좀벌레를 제거하여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풀어주십시오.” 국왕도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..